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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역할'과 '자아'가 경쟁하는 이유카테고리 없음 2019. 11. 6. 23:56
2014년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의 대통령은 싱글이라서 청와대 정무수석이 영부인인 펑리위안에 대한 에스코트를 담당했다. 이 정무수석 역시 한국에서는 세련된 여성으로 알려진 사람이지만 창덕궁에 나타난 두 사람의 옷차람은 사뭇 달랐다. 펑리위안은 화사하고 우아한 차림이었고 정무수석은 단정한 슈트 차림이었다. 그녀의 단정하고 평범한 옷차림은 상대적으로 펑리위안에게 영부인의 위상과 아름다운 여자로서의 자부심을 충분히 빛나게 해주었다. 두 여자가 서로 미모를 뽐낼 수도 있었겠지만 좀 더 높은 직급의한 여자를 위해 다른 여자가 자신의 에스코트 업무에 충실했던 것이다. 사회생활에서는 이렇게 자신이 돋보이는 것보다 주어진 역할에 더 중점을 두고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시점이 많다, 그러나 여성들은 종종 이 부분에서 자신도 모르게 반칙을 행하곤 한다. 그 이유는 자신의 내면을 잘 들여다보는 여성의 능력 때문이다. 주목받고 싶고 또 상처받고 싶지 않은 자아가 사회적 역할을 누르고 앞으로 나가려 하기 때문이다. 여성 CEO인 한다정 씨는 이렇게 말한다. "인터뷰를 하러 온 여기자가 나와 나이도 비슷하고, 경력과 사회적 지위도 비슷했는데 인터뷰 내내 나와 자신을 비교하며 예민하게 듣는다는 게 느껴졌어요. 그는 기자이지 나의 경쟁 상대가 아니거든요. 그런데 자꾸 말끝마다 민감한 반응을 보이니 나는 잘난 척하지 않으려 말에 신경을 쓰게 되고 인터뷰가 끝나니 상당히 피곤하더라고요." 자신의 인터뷰 대상을 그저 고객으로 대해야 하지만 상대와 나를 같은 수준의 경쟁자라고 보게 되면 여러 가지 말들이 나의 자아를 건드리게 된다. "왜 잘난 척을 하지? 나보다 나을 것도 없는데..." 내지는"무슨 뜻으로 나에게 이 말을 했을까?" 라고 생각하며 예민하게 반응하기 쉽다. 이러닝 회사를 운영하는 김나영씨는 최근 외주제작에 참여하는 프리랜서를 모두 남자로 바꾸었다. 그녀 말에 의하면 같은 여성과 일하는 것이 감정적 소모가 너무 커서 힘들다는 이유다. "여성에게 업무에 대한 지적이나 수정을 요구하면 (그녀는) 그것을 자존심을 건드리는 공격으로 이해를 해요. 이런 일이 두어 번 반복 되면 표정이 바뀌거나 아니면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 변명을 합니다. 혹은 업무상 지적받은 말을 담아두었닥 나중에 기회가 왔을 때 비슷한 말로 복수를 합니다. 이런 일이 몇 번 있고 나니 그다음부터 남자들과 일하게 되더군요. 남자들은 일에 대한 수정을 요구하면 그 일 자체를 보거든요. "이 사람이 나를 괴롭힌다." 혹은 "나를 자꾸 이용하려 든다" 그런 오해를 하지 않습니다." 여성의 자아가 유독 사회적 역할보다 앞쪽으로나오는 이유는 사회화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내면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능력은 사실 긍정적으로 사용될 경우 타인을 행복하게 하는 기능도 많다. 예를 들어 0살 먹은 여성을 바라보는 남자들의 시선은 단순히 '이제는 노인' 에 불과하지만 자아를 중시하는 여자들의 눈에는 '아직도 사랑받고 싶은' 상대 여성의 자아가 보인다. 그래서 그녀의 화장품도 선물하고 데이트를 하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상대방 마음 속의 욕구를 아는 것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상황에서는 사회적 역할보다 자아가 앞으로 나오는 것이 갈등을 더욱 부추긴다. 즉 고객에게 하자가 있는 물건을 납품했을 때 거래처 담당자로서의 책임을 느껴야 하는데 상대로부터 비난받지 않으려는 자아가 더 앞으로 나오면 갈등은 시작되는 것이다. 특히 같은 비판이라도 여성은 남성의 말보다 여성의 말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며 방어행위도 더 강경하게 취한다. 앞에서 말한 동급 의식이 상대의 지적을 공격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여성이 자신이 맡은 역할보다 자아에 더 관심을 가지면 예상치 못한 갈등이 발생한다. 진료시간에 늦은 여의사가 여성환자에게 얕보이기 싫어 사과하지 않거나 혹은 비행기 승무원이 비즈니스 클래스에 탑승한 젊은 여성 고객에게 상대적으로 덜 친절한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것은 내 직업 속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우선하기 보다는 상대 여성이 나에게 보내는 부정적 메시지로부터 나를 먼저 보호하려는 의식이 앞서기 때문이다. 여성이 종종 일의 목표보다 자신이 돋보이는 것을 더 중요시 여기면 팀 전체의 일이 틀어지기도 한다. 드라마에서 불우한 환경의 여주인공을 맡은 배우가 그 역할보다 자신이 예쁘게 나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끼면 노출이 심한 섹시한 옷을 입는 경우가 있다. 또한 토크쇼에 초대된 여성이 자신은 오른쪽 모습보다 왼쪽 모습이 더 예쁘다며 굳이 상대 여성과의 자리를 교체해 달라는 요구 등이 다른팀원들을 곤란하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업무상 실수를 해놓고도 자존심 때문에 필요한 사과를 하지 않거나 상대방에게 기죽지 않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도도해 보이거나 까다로운 척을 하는 행동도 모두 자신의 자아가 역할보다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갔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자신의 자아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약점을 숨기거나 장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무리한 감정을 앞세우게 되고 다른 사람을 수고스럽게 하는 일이 발생한다. 그것이 다른 여성과의 마찰을 일으키게 만든다. 마치 남자가 허세나 허풍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것처럼 여자는 콤플렉스를 감추기 위해 일부러 행복한 척 성공한 척을 한다. 내 자아가 다치면 안되기 때문이다. 적당한 자아 존중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지나친 자기 방어는 일을 그르치고 갈등을 깊게 만든다. 상대가 당연한 불만을 제기해도 자존심이 상해서 실수를 인정하지 오히려 더 강하게 공격함으로써 상대를 곤경에 빠뜨리면 두 여성의 관계는 종말을 향하게 한다. 특히 두 여성 모두 자기 감정과 자아에 빠져 허우적대면 아무리 대화를 열심히 해도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꾸중을 듣는 여자 부하도 개인의 감정이 아닌 업무 중심으로 생각해야 하고, 꾸중하는 여자 상사도 사적인 감정이 아닌 공적인 목적에서 상대를 꾸중해야 맞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