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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어울리는 시생활정보 2019. 9. 29. 18:32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김현태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랸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누워 같은 하루를 바라보는 저 연인에게도 분명 우리가 다 알지 못할
눈물겨운 기다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겨울꽃보다 더 아름답고
사람 안에 또 한사람을 잉태할 수 있게 함이 그것이 사람의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나무와 구름 사이 바다와 섬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수천 수만번의 애닯고 쓰라린 잠자리 날개짓이 숨쉬고 있음을.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은 서리처럼 겨울담장을 조용히 넘어오기에 한 겨울에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먹구름처럼 흔들거리더니
대뜸 내 손목을 잡으며 함께 겨울나무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
눈 내리는 어느 겨울 밤에 눈 위에 무릎을 적시며
천 년에나 한 번 마주칠 인연인 것처럼 잠자리 날개처럼 부르르 떨며
그 누군가가 내게 그랬습니다
그 누군가가 내게 그랬습니다
힘내요 당신
힘들어요? 혼자만 힘들 거로 생각하지 말아요
누구나 짐을 지고 살아요
외로우세요.
혼자라도 둘이라도 여럿이라도 사람은 늘 외로운 거래요.
울고 싶으세요?
목까지 차오른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꾸역꾸역 삼킬 때가 있지요
그냥 목 놓아 우세요. 누가 보면 어때요
그리우세요?
조용히 눈감고 이름 한 번 불러요.
그리움이 두 배가 되어도 가슴은 따뜻해질 거예요
사랑하고 싶으세요?
주위를 둘러봐요
내 사랑을 바라는 사람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요.
고생하는 거 알아요
힘든 거 알아요 힘내요 당신!
조금만 참아요! 처진 어깨 지친 발걸음
바라보면 가슴 아파요. 우리 함께 힘내요
(꿈이 있는 한 나이는 없다) 중에서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사람이면
누구나 다 메고 다니는
운명 자루가 있고
그 속에는 저마다 각기
똑같은 수의 검은 돌과 흰 돌이
들어 있더구나.
검은 돌은 불운,
흰 돌은 행운을 상징하는데
우리가 살아가는 일은
이 돌들을 하나씩 꺼내는 과정이란다.
아마 너는 네 운명 자루에서
검은 돌을 몇 개 먼저 꺼낸 모양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남보다 더 큰 네 몫의 행운이
분명히 너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최고로 아름다운 만남
가장 잘못된 만남은
생선과 같은 만남입니다. 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 오니까요.
가장 조심해야 할 만남은 꽃송이 같은 만남입니다.
피어있을 때는 환호하다가 시들면 버리니까요
가장 시간이 아까운 만남은 지우개 같은 만남입니다.
금방의 시간이 순식간에 지워져 버리니까요.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손수건 같은 만남입니다.
힘이 들때는 땀을 닦아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주니까요.
나는 비린내 나는 생선처럼
나의 욕심을 채워 달라고 조르지 않겠습니다.
나는 꽃송이처럼 내 기분에 따라 호들갑 떨지도 않겠습니다.
나는 지우개처럼 당신과의 약속을 까맣게 잊어버리지 않겠습니다.
나는 손수건처럼
당신이 힘이 들 때 땀을 닦아주고
슬플 때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햇살이 맑아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비가 내려 또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전철을 타고 사람들 속에 섞여 보았습니다만
어김없이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았습니다만
그런 때일수록 그대가 더 생각났습니다.
그렇습니다.숱한 날들이 지났습니다만
그대를 잊을 수 있다 생각한 날은 하루도 없었습니다.
더 많은 날들이 지나간대도
그대를 잊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날 또한 없을 겁니다.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일이라지만
숱하고 숱한 날 속에서 어디에 있건 무엇을 하건
어김없이 떠오르던 그대였기에
감히 내 평생
그대를 잊지 못하리라 추측해봅니다.
당신이 내게 남겨 준 모든 것들,
그대가 내쉬던 작은 숨소리 하나까지도
내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는 것은
아마도 이런 뜻이 아닐는지요.
언젠가 언뜻 지나는 길에라도 당신을 만날 수 있다면
스치는 바람 편에라도 그대를 마주할 수 있다면
당신께,
내 그리움들을 모조리 쏟아 부어 놓고, 펑펑 울음이라도...,
그리하여 담담히 뒤돌아서기 위해서입니다.
아시나요, 지금 내 앞에 없는 당신이여.
당신이 내게 주신 모든 것들을 하나 남김없이
돌려주어야 나는 비로소 홀가분하게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을.
오늘 아침엔 장미꽃이 유난히 붉었습니다.
그래서 그대가 또 생각났습니다.
- 이정하,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9월의 끝자락에서
9월이 갑니다. 10월이 옵니다...
사람 사람마다 한 달씩 달이 가고 날이 갑니다.
모두 먼 길 걸으면서 한 달쯤 쉽게 보내는것 같지만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있는지 나는 잘 모릅니다.
한 달이 아니라, 하루인들, 한 시간인들
얼마나 열심히 살고 있는지.
갑자기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알고 있는 사람이야, 알아서 알지만,
모르는 사람이 더욱 고맙습니다.
어디에선가 누군가를 위해 애태우며 살아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10월에는
좋은 햇빛 받으면서 마음이 밝아지는 기쁨이
잘 된 사과 밭의 사과처럼 삶의 가지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리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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